멀티 스크루로 착즙 시장 공략…매출 1조 목표

입력 2024-01-08 18:03   수정 2024-01-09 00:44


글로벌 가전기업 테팔이 거액을 제시하며 특허권 양도를 제안했을 때 돈 때문에 지독스레 고생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거절했다. 평생을 바쳐 발명한 독자 기술을 해외에 넘길 순 없었다. 글로벌 착즙기 1위 휴롬을 창업한 김영기 회장(74) 얘기다. 김 회장은 “지금도 집에 개인 연구실을 두고 직접 도면을 그리는 이유는 발명한 기술로 인류를 건강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8일 경남 김해 휴롬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지난해 휴롬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올해는 제2의 창사에 준하는 혁신 원년을 만들어 세계에 ‘건강’ 가치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롬은 채소와 과일을 지그시 눌러 짜는 ‘저속 착즙 방식’(SSS: slow squeezing syste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슬로 주스(인공 재료를 배제한 주스) 시장을 개척했다. 2014년 매출 3000억원을 웃돌며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 매출을 127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휴롬 착즙기는 재료를 칼날로 갈아내는 믹서와 달리 꾹 눌러 즙을 짠다. 저속 착즙이 가능했던 건 김 회장이 발명한 착즙 부품 ‘스크루’ 때문이다. 스크루 회전축의 나선면이 돌아가면서 묵직하게 누르는 힘으로 만든 주스는 재료에 마찰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적다. 최근엔 휴롬의 주력인 ‘H300’과 ‘H400’, ‘H410’ 착즙기에 ‘2세대 멀티 스크루’를 장착했다. 2세대 멀티 스크루는 조립, 착즙, 세척 등 전 과정에서 기존 사용자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김해가 고향인 김 회장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부산 개성중과 경남고를 거쳐 연세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했다. 연세대 졸업장만 있으면 대기업을 골라가던 시절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직장 생활엔 뜻이 없었다. 스물다섯 살이던 1974년 개성공업사, 1979년 판정정밀을 세웠다. 머지않아 건강식품을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본 김 회장은 1996년 동아산업을 설립하고 독자 기술로 녹즙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시련이 닥쳤다.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직원이 퇴사 후에 따로 회사를 차려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2000년 오스카녹즙기를 내놓고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사용 후기를 올리자 홈쇼핑에서 연락이 왔다. 2009년 GS홈쇼핑의 첫 방송을 탄 날 30대가 팔렸다. 그다음 방송에서 100대로 점점 늘어나더니 방송 시간도 황금시간대로 바뀌었다. 2009년에는 중국 홈쇼핑에서 판매를 시작해 현지에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 주문도 폭발했다. 김 회장은 “휴롬은 전 세계 슬로 주스 시장의 리딩기업으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8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매출 중 해외 비중이 60% 이상”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낙점해 TV 광고를 하고 있다. 올해 본사 인근에 식품영양연구소도 설립한다. 내년 매출 3000억원 달성을 시작으로 5년 내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김해=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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